2011-07-30

마이크로소프트 제국의 몰락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한때 모든 길을 로마로 연결하며 전 유럽을 공포로 몰아 넣었던 로마제국은 이제 없다.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자랑했던 해가지지않는 나라 대영제국 또한 유럽의 작은 섬나라로 그 힘을 잃은지 오래다. 달이차면 기운다고 세상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전세계 95%가 넘는 개인용컴퓨터 심장에 자리하던 윈도우즈는 이제 그 힘을 잃고 불과 8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혹자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85%라면 사실상 독점인데 조금 빠진들 그 뭐 대순가? 왜 이렇게 외신에서 MS를 가지고 호들갑떠는지 이 질문은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MS의 잦은 실패도 또하나의 걸림돌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MS의 성공사만을 알고있지만, 그 이면엔 수많은 실패 또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실패작인 me나 vista 이외에도 윈도우 모바일의 계속된 실패는 물론 윈도우 특유의 호환성에서 생겨난 하드웨어 충돌 문제도 적지 않은 불편함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꽤나 오랜시간을 시도해왔지만, 64비트 운영체제로 성공적으로 전환을 이루지 못한 것 역시 뼈아프다. MS의 강력한 우군 '업무용' PC 대다수가 아직도 10년전의 XP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당시 MS의 기술력이 대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하지만, 10년이 지나도록 XP보다 나은 OS를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것도 틀린말은 아니다. 이것이 별 것 아닌 것 같다고? 당신 옆에 있는 가전제품을 포함한 모든 전자제품들의 뒷면을 살펴보라. 2001년도 이전의 것을 찾아보긴 아마도 꽤 힘들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도 좋다. 기본에 충실하고 단단하며 거대한 규모(마켓 쉐어 라던가)를 자랑하는 XP라는 훌륭한 배가 있고, 이 배의 순항을 책임지는 오피스라는 커다란 돛이 있다. 게다가 쾌속선인 XBOX도 갖추고 있으니 부러울 것이 없다. 아니.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근데 이제 시대는 너무 변해버렸다. 사람들은 윈도우를 쓰고 싶어서 PC를 구매한 것이 아니라 윈도우에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가 필요했기 때문에 PC를 구매했다. 즉, 윈도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윈도우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인터넷의 시대가 되어서 사람들은 컴퓨터를 더이상 예전과 같은 '특별한' 무엇인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단지 '인터넷 단말기'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제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모바일' 이라는 단어가 4살짜리 우리 조카도 알만한 시대가 되었다. 굳이 인터넷 단말기로 PC가 아니어도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부팅 시간이라는 치명적인 단점과, 복잡한 OS 덕분에 때론 리소스 관리까지 해줘야하는 PC 대신 작은 휴대폰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초기에 모바일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윈도우모바일을 만들었던 MS가 이제는 완전한 후발주자가 돠어 버린 것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전혀 깨닫지 못한 채 시작한 모바일 산업은 MS의 현재를 좀먹는 충치가 되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몇년 사이에 상황은 더욱 더 심각해졌다. 새로운 세상을 열어나가는 애플을 벤치마킹하며 가끔은 함께 도와가며 달음박질하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의 등장이 신호탄이 되었다. MS의 몰락을 애플이 가져왔다고 생각하는가? 천만에 말씀. 애플만 있을땐 그래도 괜찮았다. 아니 그때가 사실상 MS가 기세를 회복할 수 있던 마지막 찬스였다고 보면 된다. 애플 특유의 고집과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애플이라면 무조건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애플이라면 아무리 좋아도 안사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고, 꽤 수도 많았다. 또한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았던 중장년층, 아이폰은 좋지만 가격을 부담스러워 하던 사람들, 인터넷을 밖에서 까지 해야하나 하던 사람들이 애플 대신 안드로이드에 빠져버렸다. 솔직히 가격적인 메리트가 아주 컸다. 구글은 소수만이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대중적인 기기로 만들어 버렸다. 애플이 창조하고 구글이 보급을 맡았다. 이제 평범한 아주머니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보니 스마트폰이라는 말 자체를 버려도 될 시기가 왔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것 같다. 스마트폰 보다는 그냥 폰이 짧으니까.



MS는 이렇게 급박하게 시장이 돌아가는 가운데 윈도우즈 모바일이라는 희대의 망작을 출시하며 추락하는 비행기 날개를 스스로 접었다. MS의 역사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순간이 바로 지난 2년이었다. 애플이 아직 사업규모를 확장하지 못하고 소형 통신사 파트너에 머무르고, 구글이 겨우 걸음마 수준의 안드로이드를 만들고 있을때 MS는 그 자금력과 시간을 어디다 써버렸는지 궁금하다. XBOX에 모든 인력을 다 투입시켰나? 그나마 "안되며 돈으로 하면 되지 ㅋㅋ" 라고 큰소리 칠 수 있었던 시기에는 Bing 을 런칭하며 알수없는 방향성을 보이더니, 이제는 애플과 자금력에서 부터 밀렸다. 시가총액을 따라잡히는 순간 MS가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자존심조차 이제는 남아있자 않게 되었다.


 지난해 윈폰7을 발표하며 나름의 히트작인 윈도우7과의 연결성을 무기로 시장을 평정하려 했다. 그런데 이게 좀 많이 늦었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하이앤드는 애플이, 매니아는 RIM에게, 중저가형은 안드로이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뚫고 들어올 틈이 없다는 말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업무용으로는 윈도우랑 오피스가 짱 아닌가요?" 그러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물론 MS에게) 스마트폰이나 타블릿PC를 본격적인 업무용으로 쓰지 못하는 이유는 딱 한가지 이유가 있다. 속도 때문도 아니오, 액정크기 때문도 아니다. 그건 이게 스마트폰이나 타블릿이지 노트북이나 데스크탑같은 풀사이즈 컴퓨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화면의 크기, 터치 인터페이스의 필연적인 한계, 디스플레이의 특성 등. 이것이 어떤 OS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당 기기들의 기본적인 특성이 완전한 업무에는 맞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단점을 윈폰 OS적으로 극복할 수 있겠나? 어떻게? 무슨식으로?

그럼 싸게라도 만들어서 일단 보급하고 봐야하는데 이 방식으로 MS는 구글에게 당해낼 수가 없다. 우선 무료에다가 니맘대로 다 하세요하고 오픈 해놨는데 이게 PC분야의 리눅스와는 달리 모바일에서는 먹혔다. 어레인지를 개인이 해야했던 리눅스는 아무래도 커버범위가 상당히 축소될 수 밖에 없었지만, 휴대폰에는 막강한 자금력과 범접할 수 없는 자원동원력을 가진 기업이 뛰어들었다. 애플때문에 시장을 목말라 하던 제조사들에게 공짜에 니맘대로 꾸미세요 했으니 그야말로 구원의 황금줄이지 않았으랴.

그렇다면 이제 애플을 꺽어야 하는데... 아 여기서 RIM은 잠깐 거론하자면, 미국 금융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자랑하던 블랙베리를 만든 이 캐나다 회사는 앞으로 5년을 넘기기 힘들것이다. 물리적 키보드를 무기로 미국을 점령한 블랙배리는 쿼티키보드를 지켜온 덕분에 스마트폰의 가능성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이 회사는 안타깝지만 예전 애플이 매킨토시와 함께 몰락으로 치닳았던 그때를 떠올리게 한다. 내 고집에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은 것이다. 잡스는 다시 올라와 정상을 탈환하며 새로운 미래를 그려냈지만 RIM의 짐 바실리도 그것이 가능할까? 내가 알바 아니지.

다시 애플로 돌아오자. MS는 적어도 모바일 분야에서는 언감생심 감히 우러러 보기만 해야할 존재가 바로 애플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시장을 아니 그 단어 자체를 만들어내고, 압도적인 문화 컨텐츠 공급처를 확보하고 어플리케이션 스토어를 규정내리기까지 한 애플을 이제와서 MS가 무슨 방법으로 끌어내릴 것인가? 돈? 애플의 현금보유액은 현재 존재하는 어떠한 IT기업보다 많다. 기술? 애플은 어느날 뚝 떨어진 RIM과 같은 회사가 아니다. 특히 OS분야에서는 모바일 뿐만아니라 OSX 라이언을 발표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앞서나가고 있다. 윈도우7이 아니 그 이전 비스타가 이뻐지기만 했다며 비난 받을때 애플은 아이폰과 패드에서 얻은 노하우를 고스란히 OSX에 이식하고 있다. 그럼 가격? 아 이건 안드로이드한테 안되고... 업무? 모바일 기기에서 이건 필연적인 한계성을 가진다니깐? 아니 최근 기사를 보면 포츈500대 기업의 80% 이상이 아이패드를 업무용으로 선택했다니까... 업무용도 사과가 압도적인 인기다. 오랬동안 강력한 지배력을 자랑하던 업무에서도 이제 MS는 뒤떨어지고 있다.


MS의 가장 진정한 실패작은 다름아닌 바로 Bing 이다. 사실상 독점적인 OS 점유율과 XBOX로 게임산업, 마지막으로는 인터넷 검색. Microsoft라는 제국이 Macrosoft가 되는데는 시간문제로만 보였다. XBOX는 PS3를 끌어내리는데 성공했지만, Bing은 구글에게 이겨내지 못했다. 여러 방향으로 뛰어난 장수들을 보내며 많은 돈을 쏟아붓는 사이에 비워지지 않을 줄 알았던 곳간이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버렸다. 커다란 영토를 자랑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은 결국 커다란 영토때문에 망하게 된다. 로마도, 영국도, 몽골도 그랬다. 몸집이 크면 우선 식비가 많이 들어가고, 판단력이 둔화되면서 움직임이 떨어지는 것으로 귀결된다. MS도 다르지 않다. 애플과 구글의 타블릿이 꾸준히 세를 늘려나가는 이 때 MS는 OS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민첩성을 잃어버리고 판단력도 저하되었다. 흐름을 읽지 못하고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PC를 사용하는 것이 인터넷과 매우 높은 정도의 동의어를 의미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지금 윈도우7이나 OSX 라이언이나, 아니면 언젠가 저가형을 강력하게 집어삼킬 크롬이나 실제 사용자 경험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미 규정되어 버린 시장을 무슨수로 MS가 평정할 것인가? 

누가 알았는가? 카르타고가 멸망할지. 누가 알았었는가? 잡스가 화려하게 부활하여 IT세상을 쥐락펴락 하는 세상이 올 줄을.